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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 국가부도의날 (경제영화의 탈을쓴 아침드라마)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IMF사태에대해 재조명하자는 소재는 좋았으나 풀어나가는 방식은 마치 막장 아침드라마를 보는듯했습니다. 단순히 IMF를 소재로 힘들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과거를 잊지말자는 단순한 의도였다면 그나마 수긍할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IMF를 복기해보고 복잡한 경제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했다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릅니다.

 

언젠가는 터졌을 경제위기

 전반적으로 외환위기가 닥친 원인은 정경유착을 기반으로한 기업들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었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한국은 고속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으로 이루어진 삐끗하면 무너저버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영화속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브리핑하는 유아인이 잘 풀어 설명해줍니다.)  

 문제의 시작은 한보그룹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정경유착의 표본으로 수서사건의 위기를 넘기고 사업확장을 이어가고있던 한보그룹은 제철소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도를 내게 됩니다. 제철소 건설비용만 5조7천억원, 이때 은행에서 빌려쓴돈만 4조원규모였으니.. 한보와 연결된 기업과 은행뿐만 아니라 나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경제위기의 신호탄이 됩니다. (경제위기를 불러일으켜서가 아니라 이 미친 한보그룹은 수서사건때 그냥 없어져버려야할 기업이었습니다.) 한보사태가 IMF위기를 불러일으킨 원흉이긴했지만 사실 어떤 기업이든 무너졌어도 이상할게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기업은 필요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올수있었고, 은행은 자기 자본보다 많은 돈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은행과 정부가 대출 및 사업 인허가를 뇌물을 받고 무분별하게 승인해준 탓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실하게 막대한 금액이 오고갔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회전이 조금만 삐끗하기라도 하면 한보가 아니라 다른 어떤기업이라도 부도가나서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었죠.. 


자본주의과 IMF는 무조건 악이다?

영화속에서 김혜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으로 절대적인 선의 입장에서 정부와 IMF에 맞서 싸웁니다. 박대영 재정국 차관으로 연기하는 조우진은 시종일관 밉상캐릭터를 연기하며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선과 악이 대립하며 싸우는데 납득안가는것은 여러가지가 얽혀있는 복잡한 경제문제를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 단순화 시킨다는겁니다. 자본주의는 인간 개개인의 이기심을 인정하고 경제를 시장에 맡겨놓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현실적인 체제이며, 위법으로 경제를 이용하고 국민은 속이는것이 문제인것이지 자본주의 자체가 악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IMF는 미국을 최대 주주로하는 구제금융기관으로 돈을 공짜로 빌려주지는 않습니다. IMF에게까지 손을 벌리게한 정부와 기업이 문제인것이지 IMF자체가 악이지는 않습니다. 처음 몇십분간은 논리적으로 경제문제를 다루는가 싶더니 후반부 부터는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으로 변합니다. 몇몇 장면은 영화 빅쇼트를 대놓고 따라하면서 이장면 찍으려고 영화를 만들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모기지 채권을 젠가로 설명하는 빅쇼트와 투자자들에게 칠판에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국가부도의날

 ( 국가의 위기를 투자의 기회로 삼는다는점에서는 같지만 빅쇼트는 실존인물이 등장하고 국가부도의날은 허구의인물이다 )


 

돈벌었다고 춤추지말라는 브래드피트와 돈벌었다고 좋아하지말라며 죽빵날리는 유아인



소재는 좋았으나 풀어가는 방식은 아쉬웠습니다. 경제문제가 이분법과 감정적인 문제로만 설명할수있는 문제가 아닌만큼 좀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다가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